히와 케이(Hiwa K)의 <위에서 본 장면>에 관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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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히와 케이(Hiwa K)의 <위에서 본 장면>에 관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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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와 케이(Hiwa K)의 <위에서 본 장면>에 관한 노트

보이스리스 -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서울시립미술관, 2018.06.26 - 08.15


글 조은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렸던 전시 보이스리스 -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이하 보이스리스≫)에서는 히와 케이(Hiwa K)의 세 가지 작업을 볼 수 있다.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으로 베를린에 정치 망명 중인 작가 히와 케이에게 그의 경험은 작업의 주된 레퍼런스였다. ≪보이스리스에 전시된 <위에서 본 장면(View from Above)>, <사과 향 레몬(This Lemon Tastes of Apple)>, <음력(Moon Calendar)>과 같은 세 영상 작업 역시 이라크, 이라크 쿠르드족, 혹은 난민문제를 다루고 있다. “포스트식민주의현실의 구체적 정황을 참조하는 유동적이고 탄력적인 틀로 삼아 동시대의 목소리 없는 존재1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보이스리스≫에서 히와 케이는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들을 작업에 담아낸다.

 


Hiwa K, <이미지를 내쉴 때(When We Were Exhaling Images)>, 2017, 

Mixed Media Installation, vitrified clay pipes, laminated beams, furniture, various objects, each pipe 600 x 100 x 100 cm

 © Mathias Voelzke



히와 케이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이, 그의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수평성(horizontality)”일지도 모른다.2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14에서 가장 주목을 받기도 했던 히와 케이의 <이미지를 내쉴 때(When We Were Exhaling Images)>는 수평성을 문자 그대로 구현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리스의 국경지역에서 난민들이 몇 주간 지내는 임시거처의 모양을 따온 이 작품은 지름 90cm, 길이 10m의 파이프 아홉 개를 포개 놓은 것이다. 작품이 수평적으로 쌓여 있는 데다가 누워야만, 즉 수평적인 형태로만 그 안에서 거주할 수 있다. 히와 케이는 이 작업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서 사람들이 직접 거주하며 수직적 삶이 아닌 수평적 삶을 경험하게 하려고도 했다고 한다.3 이처럼 <이미지를 내쉴 때>를 포함한 히와 케이의 많은 작업에서 수평성은 내/외적으로 모두 중요했다. ≪보이스리스<사과 향 레몬><음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이 실제로 등장하기도 하는 이 두 영상 작업에서 히와 케이는 전지적 시점으로 사건을 관찰하듯 담아내는 대신, 직접 그날의 중심을 가로지른다.



히와 케이, <위에서 본 장면>, 2017, 단채널 영상, 1123.



반면 이 글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위에서 본 장면>은 지극히 수직적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이미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카메라는 항공사진을 연상하게 하는 각도로 도시의 모형을 내려다본다. 히와 케이의 다른 작업에는 없었던 어떤 전지적인 시점이 <위에서 본 장면>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것이다. 11분가량의 상영 시간 동안 카메라는 전지적인 시점에서 도시 모형만을 구석구석 비춘다. 영상과 함께 이어지는 것은 내레이션이다. 내레이션의 화자는 지인 M이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여정을 허구(fiction)를 섞어가며 들려준다.

 

 UN은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얻은 쿠르디스탄을 세이프존(safe zone)’로 지정한다. 그러나 화자는 이 안전지대는 유럽 관료들의 머릿속과 지도에만 존재하는허구의 공간(fictional place)”이라고 말한다. “그곳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었기때문이다. 가령 이곳 출신의 탈영병인 M에게 세이프존보다 더 안전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하지만 심사관은 세이프존에서의 삶은 위험하지 않다며 M을 돌려보내려고 한다. 화자는 무려 15년 동안 망명을 거절당한 M을 위해 일종의 허구(fiction)를 만들어낸다. 화자에 의해 M은 세이프존이 아닌 K라는 도시 출신이 된다. 이름, 아내,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M에 관한 모든 것들 역시 새롭게 설정된다. 화자가 M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K 도시의 지도를 샅샅이 외우는 것이었다. 난민입국 심사에서 심사관은 M에게 K 도시를 설명해보라고 지시하고, M의 진술과 K 도시의 지도를 대조한다. 그리고 놀라워하는 것을 넘어서 심지어 감탄한다. M은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본 관점으로 설명했고, 이는 도시를 “2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본심사관의 시점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M20분 만에 난민 심사를 통과한다.



히와 케이, <위에서 본 장면>, 2017, 단채널 영상, 1123.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저술가인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은 저서 『스크린의 추방자들』에서 조감(鳥瞰)의 시선으로 대표되는 수직 원근법(vertical perspective)”에 관해 이야기한다. 슈타이얼에 따르면, 항공술의 발달로 조감도, 구글맵, 위성사진과 같은 공중에서 내려다본 군사 및 엔터테인먼트 이미지들이 포화되기 시작했다. 이 포화된 이미지는 새로운 통신 기술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전능한 것으로 유포된다.4 이에 따라 위로부터의 조망은 동시대의 새로운 시각적 정상성(正狀性)”이 된다. 동시대를 인식하는 관점 자체가 조감(鳥瞰)” 혹은 개관과 감시의 일방적인 시선을 따르게 된 것이다. 히와 케이의 <위에서 본 장면>은 이 조감(鳥瞰)의 시선이 결국에는 진실의 기준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위에서 본 장면>에서 화자는 2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본 도시에 무슨 삶이 있겠냐고 자조한다. 하지만 화자는 심사관들의 시점에서 폭격으로 인해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다는 진실, 즉 땅에서 바라본 관점은 승인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자가 만들어낸 M에 관련된 허구는 슈타이얼의 표현을 따르자면, “조감의 시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M은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바라본 시점,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던지는 일방적인 시선으로 도시를 설명하고, 심사관은 감탄한다. <위에서 본 장면>은 결국 그 우월한 지위나 위치가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에게 이 시점을 체화하도록 강요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해야만 그 목소리를 들어주고 입국도 허락해주겠다는 은밀한 강제에 형체를 부여한 것이다.

 


 어쩌면 히와 케이가 <위에서 본 장면>에서 무너진 집, 다친 사람들과 같은 실제 상황의 이미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 모형에는 살아있는 사람도, 붕괴되고 있는 건물도, 그 어떠한 급박한 위험도 없다. 모형은 그저 영원히 멈추어 있고 그래서 안전하게 보인다. 이 모형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실제로 온 사람들은 이 비현실적이고 초탈한 관점을 요구받는다. 단지 우리가 그곳을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익숙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에게 실제의 도시보다 이 모형의 도시가 얼마간 더 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마치 그곳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는 세이프존유럽 관료들의 머릿속과 지도속에서는 견고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히와 케이는 느릿한 카메라 워크로 모형의 도시를 반복해서 비추면서, 이 모순적인 세이프존이 영상을 보는 우리의 머릿속에도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진 제공 : 서울시립미술관





*이 글은 웹진 <제3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웹진 <제3시대>: http://minjungtheology.tistory.com/1002






1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보이스리스 -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전시 소개 http://sema.seoul.go.kr/ex/exDetail?exNo=216726&glolangType=KOR&searchDateType=CURR&museumCd=ORG01 (2018년 7월 23일 접속)

2이정훈. (2017). 「[인터뷰] 히와 카」. 『미술세계』 (2017년 7월호), p.82.

3이정훈 (2017), p.82.

4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김실비(역), 서울: 워크룸프레스, 2018,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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