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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크림프, 「미술관의 폐허 위에서」(1983) 더글라스 크림프, 「미술관의 폐허 위에서」(1983)Douglas Crimp, "On the Museum's Ruins"(1983) Ⅰ. 모더니즘의 붕괴와 미술관의 폐허: 힐튼 크레이머(Hilton Kramer)(pp.271-273) 더글라스 크림프(Douglas Crimp)는 미술관에서의 죽음과 부패에 관한 힐튼 크레이머(Hilton Kramer)와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글을 인용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크림프에 따르면, 미술관의 죽음이 아도르노에게 “그 자체의 문화적 모순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제도의 필연적인 결과”였다면, 크레이머에게는 “잘못된 특정 전시로 인해 생긴 왜곡”이었다. “걸작의 영원한 생명력”을 믿는 크레이머에게 미술관의 삶과 죽음은 “예술 작품 그 자체”, 즉 .. 2018. 6. 7.
성장영화의 윤리: <레이디버드>(2018) 성장영화의 윤리: (2018) 글 조은채 *이 글에는 영화 (2018)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는 “내가 새크라멘토 사람처럼 보인다고 생각해?”라는 주인공 크리스틴의 보이스오버(V.O.)와 함께 시작된다. 가톨릭 교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보수적이고 조용한 새크라멘토에서 나고 자란, 하지만 도저히 자신을 그 마을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열일곱 살의 소녀. 의 감독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은 원래 이름인 크리스틴 대신에 ‘레이디 버드’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이 소녀를 설명하기 위해 내레이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소녀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나열한 일기장이나 편지를 읽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성장 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론이 바로 내레이션이겠지만, 는 처음 이후 .. 2018. 5. 16.
안전한 선택지에 가려진 것들, '코코'(2017) 안전한 선택지에 가려진 것들: (2017)글 조은채 *이 글에는 영화 '코코'(2017)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안전한 영화딱히 불편한 감수성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데도 그 영화에서 어떤 점이 너무 거슬릴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왜 괜찮은 결과물에서도 ‘굳이’ 나쁜 점을 찾게 되는지 스스로 뒤돌아보게 된다. 그건 명백하고 노골적이게 불편한 작업에서 거슬리는 부분을 짚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불편한 경험이다. ‘코코’(2017)가 그랬다. 멕시코의 설화에 기반을 둔 ‘코코’는 아름답고 화려하면서 이승보다도 더 생기가 넘치는 ‘저승’을 무대로 진행된다. 멕시코에는 ‘죽은 자의 날’이라는 전통 축제가 있는데, 죽은 자들은 1년에 단 하루 이 ‘죽은 자의 날.. 2018. 3. 7.
순례자의 현실감각, 김희천 <홈> 순례자의 현실감각김희천, , 두산갤러리, 2017.11.29 – 12.23 글 조은채 40분가량의 영상 작업 ‘홈(HOME)’(2017)에는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애니메이션 ‘호-무(ホーム)’가 삽입되어 있다. ‘호-무(ホーム)’의 주인공 에리카가 서울에서 실종된 할아버지를 추적하는 소녀 탐정이라면, ‘홈’의 화자는 ‘호-무’의 극성 팬으로 현실에서 에리카의 여정을 직접 반복하는 일종의 성지순례자이다. 김희천이 ‘홈’에서 그리고 ‘홈’ 속의 애니메이션 ‘호-무’에서 사용한 “실제 도시를 그대로 배경으로 쓰”는 방식은 별도의 세계관 없이도 보는 이가 ‘홈’ 또는 ‘호-무’를 현실적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홈’은 현실의 관객이 ‘홈’을 보기 위해 두산아트센터에 오는 경로까지도 충실하게 구현하면서, 관객이 .. 2018. 2. 2.
'히든 피겨스' 속 "말하는 서발턴"의 "복화술" '히든 피겨스' 속 "말하는 서발턴"의 "복화술"글 조은채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6)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6)는 NASA(미항공우주국)의 랭글리 센터에서 '인간 컴퓨터(computer 혹은 계산원)', 즉 백인 남성 과학자를 보조해서 계산하는 역할로 고용되었던 세 명의 흑인 여성의 이야기이다. 아직 인종 분리 정책을 실시하고 있던 버지니아 햄프턴에서 캐서린, 메리, 그리고 도로시는 '흑인'이자 '여성'이기 때문에 온갖 차별과 수모를 당하지만, 굴하지 않고 무려 NASA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동쪽 전산실의 백인 여성은 '동쪽 컴퓨터'(East Computers)로, 서쪽 전산실의 흑인 여성은 '서쪽 컴.. 2018. 2. 2.